• [Play by PBPB] 새롭게 즐기는 여름, 바디페인트 대신 선페인트
  • Behind

덥다 못해 뜨겁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숨이 턱 막히게 하는 덥고 습한 공기와 한 번씩 쏟아지는 스콜에 더는 한국이 온대가 아님을 피부로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벼르고 벼렀던 외부 활동에 대한 열망은 더 뜨겁게 폭발하고 있다. 인스타 피드와 스토리에는 매일 콘서트나 호텔 수영장, 해변의 비키니, 서핑 인증샷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특히 서핑은 코로나 전에는 그렇게까지 자주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래 전부터 나 역시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한국에서 서핑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등산만큼이나 일반적인 액티비티가 되었다.



올해 초, 나는 이번 여름에 출시할 신제품이 고민이었다. 이것저것 구글링을 하다가 재미있는 아이템을 찾았다. 서퍼 징크라는 것이었다.

거대한 파도라는 대자연에 맞서는 서퍼들. 그 멋진 서퍼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뭘까. 작렬하는 태양이었다. 서퍼들은 보통 며칠씩 바닷가에서 머물며 파도를 탄다고 한다. 파도를 타는 동안 피부도 탄다. 엄청 아프다고 한다. 보통 태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서 내리쬐는 것을 직격으로 맞고, 해수면에 반사된 자외선을 한 번 더 맞는다. 위아래로 후려치는 자외선에 일광화상을 입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서퍼들은 태양을 피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고안해냈다. 그중 하나가 서퍼 징크라고 부르는 아주 특이한 형태의 자외선 차단제다.



빛을 반사해서 자외선을 차단하는 무기 자외선 차단 성분 중 하나인 징크옥사이드. 서퍼 징크는 이것을 그저 얼굴에 펴 바를 수 있도록 왁스나 버터 등에 섞은 일종의 화장품이다. 보통 아주 간단한 레시피로 만들어져 있고, 말도 못 하게 뻑뻑하다. 몇 가지 제품을 직구로 사서 발라봤는데, 바르는 과정부터가 너무 힘들었다. 지우는 건 더 힘들었다. 그만큼 뻑뻑하기 때문에 일단 얼굴에 바르면 거센 파도에도 지워지지 않는 것일 테지만 여간 쓰기가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여전히 서퍼 징크는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특히 나는 이 서퍼 징크를 바른 서퍼들의 독특하고 이국적인 비주얼에 크게 끌렸다. 서퍼 징크는 보통의 선크림과는 분명히 다르다. 바르면 바른 티가 굉장히 많이 난다. 어릴 때 흙장난을 하면서 얼굴에 흙을 묻힌 모습도 생각난다. 특히 나는 그 비주얼을 보며 미얀마의 원주민이 떠올랐다. 과거 화장품 원료사에서 일을 할 때 ‘타나카’라는 식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미얀마 원주민들은 타나카 나무의 껍데기를 갈아서 물에 갠 페이스트를 얼굴과 몸에 바른다고 한다. 이 천연 화장품은 얇게 바르면 피부 진정용 화장품이, 또는 두껍게 바르면 자외선 차단제가 된다. 마치 황토를 개어 얼굴 여기저기에 바른 듯한 그 모습이 이국적이면서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때문에 나는 서핑을 하지 않아도 서퍼 징크 따위를 바르고 해변을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피부피부 스타일의 서퍼 징크를 만들기로 했다. 서퍼 징크의 최대 단점인 뻑뻑함을 개선하고, 서핑뿐만 아니라, 테니스나 골프, 풀 파티나 뮤직 페스트에서도 두루두루 자외선 차단 겸, 키치한 패션 아이템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땀이 흐르거나 물에 젖으면 바로 떨어지던 선 패치를 대신하고, 놀러 갈 때마다 쓰던 타투 스티커나 내 몸에 있는 타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아이템이길 바랐다. 



매끄럽게 잘 발리면서도, 거친 파도에 지워지지 않도록 고정력이 강해야 했다. 눈에 들어갔을 때 눈 시림도 없어야 했다. 샘플링 과정에서 이마와 눈꺼풀에 바르고 샤워를 했다. 머리를 감은 뒤에도 유지되고 있었으며, 아무리 물이 흘러도 눈이 따갑지 않았다. 올리브영에서 파는 가장 저렴한 메이크업 리무버 티슈에도 말끔하게 잘 닦였다. 메이크업 리무버 티슈로 닦고 세수까지 하고 나니 깔끔하게 지워졌다. 마지막으로 임상 센터에 보내서 저자극 임상 시험까지 완료한 뒤에 샘플링이 끝났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제품은 나왔고, 다행히도 노보텔을 비롯해서 서핑 샵 등에서도 반응이 좋다. 이번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 더 좋은 제품을 위한 아이디어가 이미 많이 모였다. 내년에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선 페인트 밤을 출시할 수 있을까.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