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얇지만 부수기 어려운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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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원료사에서 일하는 동안 피부의 구조와 구성 세포에 대한 그림을 매일 들여다봤다.  진피를 구성하는 섬유모세포는 콜라겐 따위를 만들고, 표피를 구성하는 각질형성세포는 각질이 되어서 피부를 지킨다. 이들 외에도 화장품의 타깃이 되는 중요한 세포가 하나 있다.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다. 이 세포는 표피층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표피는 그 두께가 0.1m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즉, 이 0.1mm의 얇은 막으로 모든 인간의 피부색이 결정된다. 다시 말하면, 단 0.1mm만 벗겨내면, 모두의 피부색은 같다.



의약학, 독성학, 그리고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목적으로 진피와 표피를 분리하는 실험이 이루어지곤 한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쉽게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거뭇거뭇한 피부에서 투명한 듯 얇은 막을 벗겨내고 나면 연한 분홍색의 ‘속살’이 드러난다. 진피와 표피를 분리하는 데에는 목적에 따라서 다양한 실험법이 쓰인다. 크게 효소나 약품을 처리하여 분리하는 화학적인 방법, 열이나 석션 등의 물리적인 방법이 있다. 각각의 방법에 장단이 있어서 연구자들은 실험 목적이나 샘플의 크기와 같은 조건들에 따라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서 쓴다. 그 방법들에 대해서 정리해놓은 논문도 있다.



우리 몸의 1차 방어 기관이자 면역 기관인 피부, 그중에서도 최외각 방어선인 표피가 방어벽이 아닌 또 다른 벽으로 쓰였다는 사실은 씁쓸하다. 표피의 멜라닌 세포가 피부에 색을 부여하는 바람에 피부색에 따른 ‘인종’이라는 개념을 누군가가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낸 인종의 개념은 인간을 등급으로 나눠서 차별하는 데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사실 인종차별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에 비해 몹시 짧지만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초기에 식민지를 지배하고 다녔던 지금의 선진국들이 당시에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때 만들어진 인종에 따른 우열의 차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식민지배 사회가 끝난 지금까지도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간이 외형에 따라 등급을 나누게 하기 위해 멜라닌 세포가 색소를 만들어서 피부를 덮는 것이 아니다. 육상 생물로 살며,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자외선의 파괴력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이 멜라닌 색소다. 실제로 새하얀 피부는 까만 피부에 비해 자외선으로 인한 손상에 취약하다. 피부암 발병률도 높거니와 노화도 상당히 빨리 진행된다. 



현생 인류는 모두가 같은 종이다. 호모 사피엔스. 아프리칸의 장기를 코카시안에게 이식할 수 있고, 아시안의 피를 오세아니안 원주민에게 수혈할 수 있다. 우리는 과학적으로 모두 같은 종이다. 애당초, 진짜로 종이 다르다고 한들, 그것이 상대를 배척하거나 열등한 존재로 여겨 천대할 타당한 근거는 되지 않는다. 최초의 흑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은 말했다. “There’s no such thing as race. Racism is a construct. A social construct.” “인종이라는 것은 없다, 다만 인종주의라는 사회적 개념만이 있을 뿐이다.”


*칼럼니스트 개인의 생각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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