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뇌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을 만났다.
  • Opinion

그는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 멀쩡하게 차려 입고서는 얼굴에 화장을 한 것이 결혼식 이후 25년만에 처음이라며 쑥스럽게 웃던, 수더분하고 친근한 아저씨였다. 마치고 동료들과의 약속이 있는데 메이크업 때문에 놀림을 받을 것 같다며 웃던 그 입에서 인터뷰가 시작되자 ‘자기가 뇌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며칠 전에 만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신경생리학자 선 웅 교수님의 이야기다. 그는 작년에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는 기괴한 제목의 책을 냈다. 오가노이드라느니, 뇌과학이라느니. 그간 4차산업혁명이나 최첨단 과학 기술 따위의 이야기에 질리고 질린 나로서는 그다지 감흥이 없던 주제였다. 적절히 인터뷰를 마치고자 간단한 사전 조사만 하고 간 자리에서 나는 뇌신경생리학자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에 예상치 못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진짜 전문가의 이야기는 나의 좁았던 생각의 지평을 넓혔고, 이렇게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까지 먹게 만들었다.



오가노이드는, 간단히 말하면, 시험관에서 키워낸 인공적인 장기나 조직이다. 아직 그 형태를 완전히 재현하지는 못하지만, 줄기세포 따위를 3차원으로 키워서 필요한 조직 (장기)을 꽤 유사하게 만들 수 있다. 그간 배양 접시 위에서 키운 세포로 대부분의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알다시피 우리는 3차원의 부피가 있는 존재들이다. 더러 이렇게 2차원의 평면으로 키운 세포들이 실제 인체에서의 기능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고, 보다 실제와 가깝게 재현하기위한 기술로 개발된 것 중 하나가 오가노이드다. 그렇게 소장이나 신장, 심장 등의 기관부터 이 글의 주제인 뇌까지, 인간이 실험실에서 흉내를 내어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오가노이드는 다양한 곳에 쓰인다. 하나의 수정란이 온전한 생물이 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발달생물학에 이용될 수 있다. 특히나 질병과 관련하여 원인이 되는 유전자나, 치료에 필요한 약물 등을 찾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특히나 뇌의 경우, 직접적인 연구가 불가능하기에 오가노이드로 만든 ‘미니 뇌’가 기여할 수 있다. 



화장품의 연구에도 이 기술이 쓰인다. 3D skin model 이라는 것인데, 사람의 피부를 배양접시에 재현한 것이다. 피부는 진피와 표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은 fibroblast와 keratinocyte라고 하는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배양접시에 우선 fibroblast를 인체의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키워준다. Fibroblast들이 자라서 진피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면 그 위에 다시 keratinocyte를 키워준다. 이들은 표피와 같은 조직을 만든다. 배양접시 위에 피부가 만들어졌다. 이 모델을 이용해서 미백, 항염, 진정 등의 화장품의 효능이나 피부 자극 등의 안전성 테스트가 이루어진다. 이 기술로 인해 화장품 따위의 효능이나 안전성 검증을 동물실험 없이 최대한 비슷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미니 뇌도 이 3차원 인공 피부 조직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질거라고 어림짐작했다. 신경세포를 적절한 배지에서 키워서 세포들이 뭉쳐서 조직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틀렸다.



미니 뇌를 만드는 과정은 모든 인간들이 거친 과정을 그대로 재현한다.  우리는 모두 수정란이라고 하는 단 한 개의 세포에서 시작했다. 한 개의 세포가 분열하고 분화하여 하나의 인간이 만들어진다. 미니 뇌를 만드는 사람들도 이 줄기세포에서 시작한다. 하나의 줄기세포에서 시작해서 뇌를 구성하는 간뇌, 중뇌, 소뇌, 대뇌 등의 부위들이 시험관에서 ‘발생’한다. 생명의 발생 과정을 그대로 재현한다니, 참으로 경이로웠다. 이렇게 만든 미니 뇌를 이용하여 알츠하이머 등의 다양한 뇌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실마리를 추적하는 것이다. 



연구실에서 가장 오래 키운 미니 뇌가 400일이 넘어서 얼마 전에는 돌잔치를 해주었다는 눈 앞의 과학자에게 나는 대본에 적힌 질문을 해야 했다. 미니 뇌를 이용한 연구가 생명의 존엄을 해하는 것은 아닌지 였다. 질문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윤리, 철학적인 주제에 대하여,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그 누구보다도 더 오래, 깊이 고민해왔을 이 과학자는 웃는 낯으로 익숙한 질문이라며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했다. 그의 대답과 상관없이 나는 그 상황이 참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각종 창작물 속에서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과학자와 달리, 실제의 과학자들은 별다른 능력이 없다. 단 한 명의 과학자가 세상을 뒤흔들기에는, 그럴만한 능력과 인프라를 갖춘 과학자가 없다. 생물을 공부하고 전공하는 사람들은 괴물을 만들거나 생화학 무기 따위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것들의 경이로움을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더 크게 느껴왔고, 더욱 큰 애정을 가진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다. 길가에 핀 잡초 따위에 눈길이 더 가고 호기심이 생기는, 어찌보면 더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연구 윤리에 대해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에 대해서 고민하며 노력하는 사람들은 과학자 그 자신들이다. 언제나 책임은 연구자들에게만 지워지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에게 높은 도덕적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은 옳은 목적에서 시작된 맞는 일이다. 다만 나는, 그들에게 이러한 책임을 묻는 이들은 과연 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생겨날 부작용들에 대해서 그만큼 진지하고 책임있게 임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내가 만난 감시하는 자들은 감시하고 지적하는 것 만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 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시스템이 가장 건강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스템 속 모든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며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 신중해야 하는 것은 연구자만이 아니다.



살아 있는 것들을 사랑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점차 동물들의 부득이한 희생이 줄어들도록 하고 있다. 화장품에 대해서도 다양한 동물대체시험법들이 개발되고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부터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이 전면 금지되었다. 따라서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화장품들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소비자들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화장품을 구매하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사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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