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샤워 데이 캠페인] 샤워의 즐거움, 더 오래 누릴 수 있도록
  • Opinion
  • 2021.10.13. by PIBUPIBU

아파트 단수 공지를 깜빡한 적이 있다. 정말 당혹스러웠다. 마침 나갈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화장실을 쓰는 것이 걱정이었다. 문제는 저녁에 단수가 예정 시간보다 더 길어지면서 생겼다. 아파트 단톡이 난리였다. 아기가 있는 집은 특히 더 당황했다.

그날 밤, 매일 하던 샤워가 낯설었다. 쏟아지는 깨끗하고 따뜻한 물을 맞으며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수전의 손잡이를 돌리기만 하면 쏟아지는 깨끗한 물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은 아닌지.


지구의 70%는 물이라지만,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다. 우리가 마시고 씻는 데에 쓸 수 있는 담수는 그중의 2.5% 뿐이다. 그런데 그 담수의 69.55%도 빙하나 만년설 등으로 존재하고, 나머지의 30.06%는 또 지하수로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은 전체 담수 중에서 고작 0.39%다. 지구 전체의 물에서는 0.0075%다. 그마저도 기후온난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어 ‘쓸 수 있는 물’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가정에서 물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이 욕실이다. 샤워에 진심인 만큼, 이 감사한 샤워 시간을 더 오래 누리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물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 더 많이 아낄 수 있을 테니, ‘물을 아끼면서 잘 씻는 법’을 공유해보려 한다.


일반적인 샤워헤드의 최대 유량은 분당 12리터라고 한다. 들기에도 무거운 2리터 생수 6팩. 그것을 1분 동안 다 쏟아버린다는 거다. 그래서 샤워 헤드를 바꿨다. 유량이 줄어들면 수압이 낮아져서 샤워가 불편해지는데, 수압이 낮은 욕실을 위해 개발된 샤워헤드들이 있다. 그런 샤워헤드로 바꾸니 물살이 너무 세서 따가운 지경이었다. 덕분에 물을 반만 틀어도 개운하게 샤워할 수 있었다.


멍하니 더운물을 맞고 있는 것은 참 기분이 좋다. 그래서 샤워하는 내내 물을 틀어놓고 가만히 물만 맞은 적도 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물을 틀고 두피와 모발을 꼼꼼히 적신다. 그리고 물을 잠근다. 샴푸를 짜서 샴푸칠을 한다. 다시 물을 틀어 헹군다. 이때 두피와 뒤통수만 꼼꼼히 헹구고 얼굴 쪽은 대충 남겨둔다. 어차피 세수를 할 거니까. 다시 물을 잠그고 페이셜 클렌저로 거품을 내어 얼굴을 씻은 뒤, 다시 물을 틀어서 꼼꼼히 헹궈준다. 다시 물을 잠그고 바디워시를 거품망에 짜서 거품을 내고 몸을 닦는다. 이때는 샤워기를 손에 들고 몸 구석구석에 갖다 대며 헹궈준다. 그냥 걸어두고 헹구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씻을 수 있다. 

양치를 할 때는 반드시 양치컵을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많이 써도 500ml를 넘기지 않는다. 그냥 틀어놓으면 약 6 리터의 물을 버리게 된다고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냥 물을 틀어두고 씻지 않는다. 화장을 지울 때에도, 세수를 하며 비누칠을 할 때도, 수시로 손을 씻을 때도, 헹굴 때가 아니면 반드시 수도를 잠근다. 물을 쓸 때도 수도는 다 열지 않는다. 수도를 다 열지 않으니 물이 사방팔방으로 튀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 적당히 흐르는 물을 받아서 씻으니 옷도 젖지 않고 더 깔끔하게 욕실을 쓸 수 있다. 


얼굴을 드러내고 거리를 걷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서, 그런 즐거움을 빼앗기는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그런데 어느덧 마스크가 없는 게 되려 어색할 정도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일상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또 언제 어떠한 이유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또 사라져 버릴 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저, 있을 때 감사하며 최대한 지키려 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사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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